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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Han Ning' (한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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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춤은 계속 된다







어린 시절 본 만화영화 속 주인공들은 언제나 뭐든 할 수 있다고, 뭐든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상이었던 아이돌 가수들 역시 너의 꿈은 소중하다고, 너는 뭐든 할 수 있다며 노래 불렀다.

그러나 현실이 다르다는 것은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알고 있다.

들어가기 어려운 치의학대 학생이자 댄서, 패션모델로도 활동 중인 한닝을 처음 만났을 땐 그저

 그녀의 타고난 재능에 감탄했다. 하지만 그녀가 다양한 재능을 이렇게 가감 없이 뿜어낼 수 있던 것은 그녀가

 나고 자란 타이베이란 도시 특유의 공기가 매우 중요한 요소였음을 알게 되었다.


 무용단에 소속된 댄서이자 치의학과 대학생, 그리고 패션 브랜드의 룩 북 모델까지.

 낭창한 저 몸에서 어떻게 그런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지 의아할 정도로 한닝은 그 누구보다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으며,

 그 직업에 따른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우리가 한닝과 만나는 자리에 그녀의 댄스 파트너도 함께했는데,

그는 댄서이자 테니스 강사라고 했다. 한 가지 일도 제대로 해내기 어려운데 이렇게 여러 직업을 갖는 것은 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이 부는 트렌드일까? 궁금해진 우리는 질문을 던졌고 한닝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만, 타이베이의 공기는 개인이

추구하는 다양성에 굉장히 관용적이고 포용적이라고 대답했다. 그 때문에 다양한 일을 하고 싶은 이라면 누구라도 그들처럼

여러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닝의 대답처럼 개인의 욕구와 재능의 차이도 물론 있겠지만, 매력적으로 느끼는 여러 일을

직업으로 삼는게 비교적 자유롭다는 건 어떤 기분일지 선뜻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만은 꿈 있는 젊은이들을 위한 기회의 땅일까? 이곳에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은 물론 존재한다.

한닝은 안타깝지만 대만 내에는 아직 젊은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대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경제적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일 거다. 그럼에도 타이베이의 분위기는 아주 자유롭기 때문에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와 이를 실현시킬 만한 다재다능한 사람이 많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대만은 다양한 존재를 포용하는 곳이기에 젊은이들이

무슨 일을 하든, 업종에 상관없이 열심히 노력하면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럼 대만은 워크 앤라이프 밸런스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정적인 걸까? 그도 아닌 것 같다. 한닝은 대만인들의 하루는 누구보다 빠르며 그녀가 이제껏

 다녀본 그 어느 나라보다도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고 했다.


꿈을 마음껏 펼치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분명히 존재하고, 개개인의 삶은 매우 바쁘지만 본인이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사람들은 이에 행복을 느끼고 그런 이들에게 관대한 사회. 아프니까 청춘이고 안 되면 '노오력'을 하라는 말에 귀에 못이 박히게 들으며 자란,

대한민국에서 온 인터뷰어는 이 말과 여기서 느껴지는 행복이 어떤 것인지 아까처럼 또다시 한 번에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인터뷰가 끝날 때 즈음, 그런 개인적인 만족도 있지만 여러 직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이들의 선택에 대해 누구도 '딴지'를 걸지

않는 사회 분위기 또한 그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겠구나라고 깨달았다. "하나라도 잘해라" 라는

 걱정을 가장한 아픈 참견 같은 것 말이다.





대만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자 자연스레 한닝 개인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녀가 전문 댄서로 활동한 지는 이제

 약 1년가량 되었다고 했다. 매우 짧은 기간임에도 한닝은 댄서로서 여러 경력을 쌓았다.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인 홈셰이크와 협업해

그의 뮤직비디오에서 춤을 추기도 했으며, 작년에는 10개 대학에서 300여 명의 댄서가 참가한 NTU댄스 경연 대회에도 출전했다.

또 대만의 무용단인 피타 프로덕션이 주관하는 공연에도 참여했고, 우리가 함께 만난 댄스 파트너와는 물 안에서 춤을 추는 수중 댄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그녀가 춤을 시작한 건 대학교 때였다. 춤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고, 춤을 추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체적 접촉을 통한 의사소통 방식을 아주 매력적으로 느꼇다고, 또 춤춘다는 그 자체가 너무도 좋았으며 이제 춤은 자기

삶의 일부이며 삶이 계속되는 한 춤은 계속 춰야 한다고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순수한 열정에 설득된 걸까,

춤이라고는 전혀 알지 못하는 나도 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닝은 지금 동료들과 다양한 무용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고 했다. 훗날 이 작품들을 모아 해외 여러 무대에서 공연하고, 이를 통해 전세계 사람들이 대만에 대해 더 잘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발혔다.


한닝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데에는 여러 번의 타지 생활 경험이 작용했다. 개인적 이유로, 또 공연을 위해 뉴욕.파리.베를린 등

여러 도시를 다닌 한닝은 해외에 나가면 타이베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가끔 타이베이의 너무도 빠른 생활 리듬과

부족한 여건에 불만을 품기도 하지만, 타지에 나가서 돌아보면 이 도시가 아주 포용성이 높고 다재다능한 인재가 매우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고 그녀는 답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 대해 안타깝기에 자신의

춤과 친구들과 만든 아트 필름을 매개로 대만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이야기에 기녀가 타이베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엇다.





우리는 조금 더 깊은 주제로 들어갔다. 짧은 질문이지만 많은 생각이 필요하고 쉽게 답하기 어려운 행복에

대해 물었고, 한닝은'스스로 만족하고 편안한 느낌이 행복'이라고 답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믿고 노력함으로써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며, 언젠가는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 만족하고 그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대만의 많은 이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인'소확행'을 추구한다고 들었다. 이는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회는 더 복잡해지며

더 불안정해져가고 그 안에 속한 우리는 먼 내일을 생각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작지만 내게 좀 더 가까운 행복을 취하는 것이 현실과 타협한 행복 추구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한닝이 말한 행복의 조건은 스스로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느낄 수 있는 것이기에 한없이 가깝게 

느껴지다가도, 꿈이라는 손에 잡히지 않는 목표를 이뤄야만 하는 것인지를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선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댄서로 활동하고 있지만 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는 그녀는 행복을

느끼면서 또 행복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스스로 행복이라 느끼는 징검다리들을

차본히 건너 언제가는 자신이 그리고 있는 큰 행복에 다다른 한닝의 모습을 기대하며 우리는

헤어졌다. 돌아서 걷는 길에 뺨이 스치는 공기가 아까보다 한결 가볍고 자유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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