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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Will Lee(윌 리)'




◆◇◆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수필집에서는 행복을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이라고 정의했다. 

‘소박하지만 일상에서 느끼는 나만의 확실한 행복함,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라고 그는 말한다.







행복의 정의와 크기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소소한 행복 역시 누구에겐 작은 일상으로부터 비롯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쉽게 잡힐 것 같아도 움켜쥘 수 없는 무엇인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비슷한 환경과 문화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그래서

 사고방식의 틀도 닮아 있는 그들은 서로 어떻게 다를까. 한국과 대만의 경우 비슷한 역사적 환경과 비슷한 성장 과정을 거쳐왔기에

 언뜻 보면 닮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단일민족인 우리나라와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뒤섞여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는

 점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이렇듯 닮은 듯 다른 두 나라를 오가며 “행복은 모두에게 다르게 존재한다. 문제가 같다고 해서 답을 푸는

 과정까지 똑같을 필요는 없다”고 용감하게 외치는 청년이 있다. 바로 올해 갓 서른이 된 대만 청년 윌 리다. 


그는 앨리스 로렌스 Alice Lawrance 디렉터이자 모델 활동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향인 타이베이에서 루시 마틴 Lucy Martin

 아트 북 서점을 오픈했다. 한국과 타이베이를 오가며 본격적 활동을 시작한 그의 행보는 각종 매체의 시선을 끌고 있지만,

 타이베이에서의 일상은 여느 보통 사람들처럼 평범하다. 일어나 TV를 켜고 자주 보는 채널로 고정한 뒤 커피를 내린다.

 업무 관련 메일, 앨리스 로렌스나 서점 관련한 메일을 확인하고 하루 스케줄을 계획한다. 그렇게 보통의 일상을 살아가며 윌은 자신이

 평소 입는 옷이나 자주 가는 서점 등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브랜드화했다. 학창 시절, 예술과 디자인을 좋아하던 그는

 교실에 앉아서 매번 창밖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을 보며 이렇게 틀에 박힌 시간 속에선 예술이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당장이라도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 타이베이의 아름다운 자연다양한 문화와 사람들 속에 한껏 파묻혀 세상과 만나고 싶었다. 그곳에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 숨 쉬고 있으며 그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예술에 대한 열정도 자유를 얻으리란 열망에서였다. 결국, 그는 대학 1학년 때 중퇴를

 결심했고 소 위 말하는 엘리트 공무원인 부모님과 충돌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나아갈 자신의 삶과 미래는 오롯이

 자신의 것이라고 믿은 그는 오랜 설득 끝에 부모님의 묵묵한 지지를 받으며 낯선 땅으로 떠났다. 





한국. 느리게 시간이 흐르던 타이베이와 달리, 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SNS를 통해 쉽고 빠르게 어디든 번져나갔다. 기회의 바다처럼 

느껴졌던 한국에서 처음 거주한 도시는 부산이었다. 생경한 공기로 가득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미국이나 유럽 등 타지에서 살던 생활 습관이

 있었기에 외국에서 지내는 일이 두렵거나 모험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것이 새롭고 재밌어 보였다.

 그렇게 얼마쯤 지났을까, 그는 우연한 기회에 모델 제안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낯선 한국에서 난생처음 모델 활동을 시작한다.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비자를 발급받고 야심 차게 서울 땅에 발을 내디뎠지만, 기대와 달리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았다. 생계를 위해 한남동 카페에서 시급 5천원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단골의 소개로 영어와 중국어 과외도 하며 간신히 버텼다. 혹자는 ‘타국에서 모델 활동을 하게 됐다면 그런대로

 성공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그에게는 안정적인 수입원이 없었기에 모델일을

 선택한 것일 뿐 자신이 바라던 삶의 모습은 아니었다. 


새로운 것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삶을 바라는 윌은 계속 멈추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했고 마침내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앨리스 로렌스를 론칭한다. 앨리스 로렌스는 그가 나고 자란 타이베이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다양한 문화와 새로운 사물에 대해

 항상 열려있는 다문화 도시 타이베이는 시민 모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하는 생활에 익숙했고, 윌 또한 그 속에서 자라나며 낯선 것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고 포용할 수 있는 성향이 강했다. 타국에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여러 문화를 흡수하여

 독창성과 고유성을 형성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타이베이의 포용력 덕분일지도 모른다. 대중의 문화적 사고 측면에서 본다면 타이베이 

사람들의 사고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라고 윌은 말한다. 그리고 문화의 빠른 발전과 변화 속에서 현대 타이베이 도시민들은 점차 삶의

 질과 편안함을 중요시하고 있다. 과거보다 점점 쾌적한 환경 조성, 친환경 공공 자전거 유 바이크 U-Bike의 보편화,

 그리고 다양한 여가 생활까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는 타이베이의 변화는 그에게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그리고 윌은 다양한 문화를 융합하고 있는 도시, 서울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타이베이 시민들의

 삶에 또 하나의 다채로운 영향을 끼치길 소망한다.







그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은 그의 패션 브랜드 앨리스 로렌스와 디자인 예술 서적을 취급하는 독립 서점 루시 마틴 그 자체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남을 때면 어김없이 찾아가 한참을 앉아 헤매던 곳이 바로 서점이었고, 또 좋아하는 옷을 쇼핑해 즐겨 입으며

 친구들과 편하게 카페에 들러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타이베이로 돌아와 골목 한쪽에 서점 루시 마틴을 열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는 타이베이의 청핀서점과 도쿄의 쓰타야 서점을 다니며 언젠가 자신만의 서점을 열어야겠다고 다짐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만으로 진열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소장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던 그 순간을 말이다. 

그뿐이던가, 2010년 떠날 당시 가까운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만큼, 타국에서 홀로 힘들고 절망하는 

순간이 와도 견뎌내겠다고, 아무런 성과 없이는 타이베이로 돌아오지 않겠노라 결심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또 생각했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그러면 또 어떠 한가, 다시 돌아와 타이베이에서의 일상을 누릴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일 거라고.

 그는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면 이렇게 다양한 영역에 뛰어들어 변화를 꾀하기엔 제약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도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테고. 그러니 만약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하고 싶은 것들을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야만 한 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난 실패해도 상관없다. 혼자 몸이고

 다시 일어서면 그만이니까. 적어도 시도는 해봤으니 그것만 으로도 충분하다”라고 덧붙였다.


윌이 전개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사업과 서점 운영은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적합한 장소에 좋은 사람들과 있어야 한다. 

운 좋게도 그에겐 그를 지지해주는 친구들과 그가 추구하는 것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가 서울에 머물며 지냈던

 이태원과 한남동은 언제나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했고 그 속에서 그는 많은 변화를 겪으며 또 성장할 수 있었다. 윌에겐 그가 하는

 모든 일이 하나의 작품집과 같다. 지금까지 그는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고, 서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훗날엔 카페나 바 bar를 차릴 수도 있고

 리빙 숍을 브랜드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범위는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지만 결국 그 근원은 윌, 그 자신이다. 그의 누리고 탐닉하는

 라이프스타일이 각각 하나의 조각들로 분리되어 개별의 작 품집이 된다. 그렇기에 그가 만든 모든 작품집은 고유하다.

 요즘 윌은 빈티지에 시선이 멈춰 있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물건의 가치를 안다는 것, 그것이 지닌 의미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한 나라의 문화는 그들의 빈티지 문화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도시 내 빈티지 숍의 분포량이나 콘셉트 부티크의 개수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그 도시민들의 문화 수준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파리, 도쿄, 유럽에는 상당히 많은 빈티지 숍이 있다. 암스테르담도 마찬가지고. 

그러나 유럽인들도 처음부터 오래된 것에 대한 가치를 알았던 것은 아니었지 않나.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어떻게 해야 타인에게 나를 잘 포장해서

 보여줄까 고민하는 삶을 살았고 여전히 마찬가 지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변화가 존재했고, 그렇게 지금에 다다른 것”이라며 

차차 한국도 빈티지의 가치를 알고, 오래된 것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 또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거라고 말 한다. 양적인 팽창이 아닌, 일상생활의 질에 대해 고려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다시 돌아온 타이베이는 그가 떠나왔을 때보다 어쩐지 말끔한 얼굴이다. 정부도 시민도 언젠가부터 환경에 대해 골몰하기 시작한 덕분이다. 

가장 오래된 것을 지키는 것, 만약 그 오래된 것이 예를 들어 자연이라면 어떨까. 천혜의 환경 은 라이프스타일 그 중심에 있다. 

라이프스타일은 단지 옷과 가방 등의 소모적 물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윌은 삶에 영 향을 미치는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환경적 요소, 가치관, 문화, 사람이 모두 융합되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완성된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타이베이를 어떻게 정의하고 형용할지 모르는 것처럼, 누구도 쉽게 정의할 수 없는 다양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한계가 없는 융합의 자유, 그것이 바로 내가 추구하는 독창성이다. 

타이베이와 서울, 그리고 윌과 앨리스 로렌스 그리고 루시 마틴이 서로에게 스며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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