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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서사(一相書肆) 더 나은 삶을 위해 읽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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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서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은 잠깐 넣어둔다. 

대만 사람들은 매일 책을 곁에 두고, 서점 문을 힘껏 열고 들어가 책꽂이에 손을 뻗는다. 

온라인, 오프라인, 이들에 게 플랫폼 같은 게 문제가 되기나 할까. 

금 대만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책과 함께 매일을 살아간다.





침체된 출판 산업 속에서 정부는 도서 가격 경쟁을 막기 위해 소매가를 일정 비율 이상으로 

할인하지 못하도록 직접 그 범위를 정해 강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동시에 대형 쇼핑몰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열린 구조의 대형 도서관이 들어서고 있다. 

지금 시대, 도시에서 책은 이렇게 존재한다. 



반면 아시아에서 출판 산업이 가장 활발한 대만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인구는 2,300만이지만 연간 생산하는 책은 5,200만 명에 가까운 한국에 맞먹는다.

 생산해 내는 책은 1인당 17.8건에 이르고, 인구 대비 신간 도서 출간 비율은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독립 서점 역시 독립 서점 협회를 갖춘 동시에, 자체 위탁 공급 시스템을 구축해 

현재 106개 독립 서점이 가입해 먼 거리까지 서적을 원활히 공급하고 있다. 

그야말로 ‘출판 강국’인데, 대만의 이러한 흐름은 어디에서 기인할까. 



대만 사람들은 책을 책으로 보지 않는다. 본래 책이라는 것은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서다. 

과연 간단한 인터넷 검색 몇 번만으로 방대한 정보를 손에 쥘 수 있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책이 정보 수단의 역 할을 수행한다 말할 수 있을까.


책은 더 이상 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대만 사람들에게 책은 가장 기본 적인 동시에 그 이상의 것이 되었다. 

그들은 더 이상 특별한 목적을 갖고 책을 읽지 않고, 그저 매일을 보내는 시간 중에 책이 함께할 뿐이다. 

일상의 한 부분인 것이다. 



서점 역시 이전과는 다른 기능을 갖는다. 

대만에서 서점은 상업 공간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매체가 되었다. 

서점을 운영하는 사업가 역시 고객의 구매로 얻는 이득보다는, 그들이 도심에서 이 공간에 머무르며 

책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서점을 하나의 ‘경험’으로 인지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시대 서점 경영진은 어떻게 해야 고객에게 더 좋은 공간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고객은 서점의 문을 열어 발을 내딛고, 직접 손을 뻗어 책을 고르고 책장을 넘긴다. 

모두가 이 수고로움의 가치를 알기에 가능한 것이다







사람들은 서점에서 책꽂이만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은 서점에서 강좌를 듣고, 영화를 보고, 작가 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책을 사이에 두고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것이다. 이렇게 서점은 사람과 함께 존립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대해 많은 사람이 머리 싸매고 고민할 때, 대만은 이렇게 서점을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독서를 사랑하는 대만 사람들은 전자 책과 온라인 서점의 바람 속에도 오프라인 서점이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들은 키보드와 마우스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을 서점에서 만나고 있다. 

그 어떤 것보다도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콘텐츠와 사람이 한데 뒤섞이는, 서점이라는 공간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 대만의 일상에 녹아든 책은 삶을 만드는 하나의 재료가 되었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 재료 를 찾아 서점에 모여들고 있다. 

이들은 느리지만 더 오래 나은 삶을 사는 방법을 하나씩 터득하며 그렇게 각자의 속도를 지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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