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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패션 문화를 혁신하는 지속 가능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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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옷장 안에 걸려 있는 저 예쁜 원피스는 언제, 어디에서 왔을까? 그리고 언제, 어디로 가게 될까?”


패션 산업에서 지속 가능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생산·폐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이나 노동 착취 문제는 오래전부터 이슈가 되어왔지만, 

공급 과잉의 시대에 패션 산업의 글로벌화가 환경과 노동문제를 심화 시킨 까닭이다. 

패션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재 산업 중 하나로 최근 수십 년간 세계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회와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좇으면서도 값싼 제품을 만들기 위해 생산과정에서 

토지·대기·수질 오염을 야기했고, 판매되지 않은 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환경문제를 불러일으켰다. 

환경 문제 외에도 노동문제, 동물의 가죽이나 털을 사용하는 동물 학대 문제, 

인체에 해로운 약품을 사용하는 윤리 문제 등도 존재한다.







“경제적 풍요와 관계없이 누구나 패셔너블해질 수 있다.”

 

지난 10여 년간 글로벌 패스트 패션 산업의 활성화는 패션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대형 패션 기업의 의류를 생산하던 방글라데시의 공장 라나 플라자Rana Plaza가 허술한 빌딩 관리와 

열악한 노동 환경 관리로 붕괴되면서 1,1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 여러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소비자는 패스트 패션 산업이 일으키는 여러 가지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부당한 임금 삭감과 유혈 시위 진압 등 잇따른 소식에 사람들은 깊은 충격을 받았고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환경과 윤리적 소비에 경각심을 가진 젊은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저렴한 가격의 의류를 자주 사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 소비 패턴에 대한 각성과 반성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래 세대가 사용할 경제·사회·환경의 자원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데 지속 가능성의 목적이 있다. 패션 산업의 지속 가능성 개념은 인류의 행복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호환 가능한 시스템을 말하며, 이는 공급 사슬과 연관되어 있다. 

패션 기업의 의사 결정은 대부분 제품수명 주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공급 사슬, 제품 설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속가능패션은 친환경 패션, 에코 패션, 윤리적 패션, 올바른 패션이라는 용어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혼용되고 있다. 

이를테면 친환경 패션, 에코 패션은 환경 친화적 공정으로 생산한 소재 사용, 원단이나 헌 옷 재사용 및 재활용, 폐기물 재활용, 

그리고 폐기시 미생물 분해를 통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제품으로, 생태계를 배려하고 

생명체와 환경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패션으로 정의된다.


반면 지속가능패션이란 환경의 지속성과 차세대의 발전을 위해 패션 제품 생산과정에서 윤리적, 사회적 측면을 고려한 개념이다. 

또 노동 인권 문제, 공정무역, 소비자의 생활양식과 행복가치를 포괄하는 문화적·시간적·가치관적 관점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패션은 인류의 안녕과 미래 발전을 위해 환경 보존, 경제성장, 사회 공헌, 문화 가치를 

고려한 패션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대부분의 의류 폐기물은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전 세계 섬유 생산량의 80% 이상은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매립한 섬유 폐기물은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합성섬유는 분해되지 않고, 천연 소재나 식물성 합성 소재는 분해되는 과정에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메탄을 발생시킨다. 

국내 의류 폐기물 또한 2016년 하루 평균 259톤, 연간 8만 톤 수준으로 증가했다. 전 세계 의류 및 신발 소비량이 현재의 6,200만 톤에서 

1억2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대로라면 패션 산업의 환경 발자국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의류에 포함된 독성 물질이 생산과 폐기 과정뿐 아니라, 심지어 소비자가 입는 옷에서 검출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 

결국 세탁 시에도 배출되어 수질을 오염시키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패션 브랜드들은 소비자를 환경을 파괴하는 공범으로 만들고 있다.


트렌드와 스타일은 빠르게 변화하고, 오래된 것은 금세 새로운 것으로 교체된다.

‘계획된 진부화’의 시스템 속에서 본질적으로 지속 가능 패션은 모순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비관할 필요는 없다. 

소비자는 더욱 진정성 있 는 쪽으로 변화해왔으며 오늘날의 새로운 브랜드들은 실질적인 신념과 행동을 보여준다.

지속 가능성을 진정한 가치로 여기는 브랜드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유럽 국가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교육을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유럽 패션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지역보다 영역이 넓고 소비자의 이해도도 높은 편이다.

공정무역과 인권 보호를 실천하는 피플트리People Tree, 폐자원을 재활용한 업사이클 제품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프라이탁Freitag,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막스앤스펜서M&S의 윤리 경영 등이 대표적이다. 


환경적, 사회적 인식이 높은 북미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지속 가능 시장이 발전해 

환경, 경제, 사회, 문화에 이르기까지 지속 가능성 실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사회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회적 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파타고니아Patagonia

고객이 신발과 안경을 구매하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신발을 전달하고 

시력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One for One’ 기부를 현실화한 탐스Toms

리사이클 소재와 공정을 통해 환경오염 피해를 최소화함으로써 편견과 차별에 구애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나우Nau 등이 대표적이다. 






아시아는 북미나 유럽 국가에 비해 지속 가능성 도입이 비교적 늦은 편이지만, 

지속 가능 패션을 실천하는 브랜드가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한국의 지속 가능 패션 브랜드로는 국내 패션 대기업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업사이클 브랜드 래코드Re;code

친환경 옥수수 소재로 만든 원사를 사용한 양말을 생산하고 옥수수 농가를 지원하는 콘삭스Cornsox 등이 있다


일본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가장 일찍 눈을 뜨고 다양한 지속 가능성 실천에 앞장섰는데, 실질적이고

환경오염이 적은 제품을 통해 지속 가능 경영 철학을 실천하는 무인양품MUJI 등이 대표적이다. 

친환경 염색 기술로 성장한 티엔이Tangy, 친환경 소재와 생산 기술로 개인과 사회의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는 

아이시클Icicle 등은 중국의 대표적인 지속 가능 패션 브랜드다. 


대만은 자원 순환에 긍정적인 국가적·국민적 성향을 보여준다. 

인구밀도가 높고 천연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정부 차원에서 자원 재활용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국민 또한 재활용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은 편이다.


중소 소재 생산 기업을 적극 지원해 환경친화적이고 혁신적인 소재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기업들은 오염을 최소화하고 재활용 원료로 만들며 지속 가능한 소재를 공급하는 최고의 혁신 그룹에 속한다. 

100% 지역 생산을 통해 지역 산업 지원을 실천하는 와일드그린Wildgreen유기농 면 제품을 생산하는 

워런앤모넷Warren & Monette미학적 재단, 기술, 지속 가 능성의 가치를 추구하는 남성복 브랜드 트란젠드Tranzend

재활용 페트병에서 추출한 친환경 소재의 제품을 생산하는 DA.AI 등이 대만의 대표적인 지속 가능 패션 브랜드들이다. 







지금까지 지속 가능 패션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그리고 대표적인 지속 가능 패션 브랜드를 알아보았다. 

지속 가능 패션은 패션 산업의 한 영역에서뿐 아니라 상품기획, 제품생산, 소비, 폐기의 모든 단계에서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이는 기업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소비자의 인식과 수요, 정부의 규제와 법규가 함께 작용해야 한다.

패션 상품은 가장 일상적인 소모품이니 만큼 지속 가능성 문제는 통제자인 정부와 

제공자인 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최종 사용자인 소비자의 의식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자의 변화와 행동은 지속 가능 패션을 실천하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분별한 소비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문제점을 인식해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이루어내는 패션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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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출처 : 나우 매거진 no.2 Taipei(타이베이)

*Column '패션문화를 혁신하는 지속 가능 패션' (writer : 전은하)

 [ 전은하 - 패션 마케팅 박사로 연세대학교 의류 환경학과 객원 교수이자 연세대학교 심바이오틱라이프텍 연구원 섬유패션연구센터 전문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패션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이를 지속 가능 패션과 교육으로 연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