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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Audrey Tang(오드리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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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PDIS 사이트에 공개된 일정만 봐도 하루하루 일과가 참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다.

대만의 라이프스타일 중 하나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을 담은 ‘소확행’이라고 들었는데, 당신 역시 소확행을 추구하나?


A. 정부 일원으로 참여한 후 지금까지 지켜오는 게 있다면 바로 행정원 외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업무를 보는 거다.

일주일 중 매주 수요일은 행정원이 아닌, 사회혁신실험센터에서 시간을 보낸다.

원래 버려진 공군기지이던 이곳은 현재 타이베이의 국가 직영의 사회혁신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는 다양한 연구자와 학생들이 모여 무인 자동차 또는 삼륜차를 만든다든가, 새로운 과학 실험을 하고, 세미나를 열고 있다.

문을 연 지 3개월이 조금 넘은 현재 이곳 에서 300개가 넘는 세미나와 행사가 이뤄졌다.

금요일에도 업무가 없으면 혁신센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또 격주로 화요일마다 대만 행정원의 중부, 남부, 동부 등을

포함한4개 지방 사무실을 번갈아 방문하며 업무를 해왔다. 현지 기관 및 기업의 행사에 참여하고 그들과 직접 소통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화롄에서 타이베이 일을, 타이베이에서 화롄의 일들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지방으로 내려가서 일할 때는 적극적으로 현지의 사회혁신활동에 참여한다. 

평소 행정원에서 업무를 볼 때도 저녁 6시를 넘겨 퇴근한 적이 없다. 야근으로 동료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는 절대 없다.

물론 업무가 끝나지 않았을 땐 타이베이 집에 돌아와서 원격 방식으로 업무를 이어간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일하지 않는다.

그리고 키우고 있는 고양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등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시간을 누리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Q. 그렇다면 당신이 추구하는 자율적 업무 환경은 대만 사회 전반에서 실시하고 있는 건가?


A. 현재 파트타임 노동에 대한 법안이 발의됐다. 대만은 OECD 국가 중에서 확실히 풀타임 근무의 비율이 파트타임 근무보다 높다.

사실 대만에선 파트 타임 근무를 선호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파트타임 근무를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양한 연구와 조사 결과를 종합해볼 때 비교적 창의적인 직업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일하는 것 자체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고 모두 자율적인 파트타임근무를 시행할 순 없다. 공장이나 산업 현장과 같은 곳에서는 

전통 근무 방식을 어느 정도 보장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2015년에 온라인 전송 노동이라는 참고 지침을 발의했다.

꼭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자신의 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누구든지, 어떤 직업을 가졌더라도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사무실에서 출퇴근 카드를 찍거나 다른 인증 절차가 필요 없다. 

하지만 아직 보안해야 할 점이 많다. 국민뿐 아니라 기업간 협력도 수반돼야 한다.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보완해나갈 예정이고, 올해 안에는 새로운 법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Q. 다른 매체와 한 인터뷰를 보면 타이베이에 대해 애정이 상당히 깊어 보인다.

애플과 일할 때도 가능한 한 타이베이를 떠나지 않았고, 타이베이에 있기를 바랐다고 했다.

타이베이의 어떤 점이 당신을 이토록 이곳에 머물게 하는 건가?


A. 열아홉 살 때 실리콘밸리에서 6개월 정도 지낸 적이 있다.

창업과 그곳에 있는 회사와 협력을 위해 머물렀지만, 타지 생활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더라.

그 이후엔 단 한 번도 긴 시간 타지에 머물러본 적이 없다. 나고 자란 곳의 편안함은 일에 능률을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란 사실도 깨달았다.

물론 부모님과 조부모님, 외조부모님이 모두 타이베이에 있기에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애플이나 이런 회사에서 고문으로 일할 때도 늘 타이베이에 머물며 일했다. 무엇보다 2005년부터 지속적인 화상회의 기술의 발전으로

동료들과 회의부터 사업 계획을 구상하고 논의하는 모든 일이 타이베이에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회의도 가능한 한 잠자리에 들기 1시간 전에 

시작해서 알차게 마무리하는 편이다. 나뿐 아니라 상대방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동할 방법이지 않나.

매일 일을 하며 어 떤 결과물을 내야 한다든가 출퇴근 카드를 찍을 필요도 없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반퇴직 상태가 됐다.

그러면서 대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시간을 무의미하게 쓰는 걸 싫어하는 나에게 최적의 방법인거지.

삶의 터전을 옮기진 않지만 사실 여행은 무척 좋아한다. 




Q. 평소 여행을 즐기는 편인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에 있다고 했다. 당신은 여행을 통해 어떤 눈을 갖게 되었나?


A. 정부에서 일하기 전 2년 동안은 해마다 10여개 나라를 여행했다.

그렇게 보면 딱히 어느 한 곳에 머무르거나 속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걸 보고 느끼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재미있고 즐거웠다.

현재 맡은 업무로 인해 예전처럼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순 없지만,

여행에서 얻은 다양한 식견과 새로운 눈이 내 모든 일에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또 정부 일을 하기 전부터 동물 보호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도 개 3 마리, 고양이 7 마리와 함께 지내고 있다.

동물들 때문에라도 여행을 다니거나 완전히 다른 곳에서 살 수 없는 처지다. 




Q. 열네 살에 정규교육을 스스로 중단했다. 당시만 해도 대만은 의무교육 정책을 시행 중이었는데 문제가 되지 않았나? 

커리큘럼과 교육정책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대만에서 의무교육을 포기한다는 건 꽤 큰 결단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A. 당시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글로벌 정보망이 나를 이끌었다.

물론 그전 에도 인터넷을 이용하긴 했지만, 평소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과 소통하진 못했다.

그게 가능할 거란 생각도 못했고. 그러다 1994년 글로벌 정보망이 대만에서 보급된 후,

어떤 영역에 관심을 두든 항상 그 분야에 관한 자세한 연구 자료와 연구 전문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관심 가는 연구 전문가에게 메일을 보내고, 그들과 온라인 대화를 시작했다.

열네 살이라는 나이도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연구를 하고 관심 분야의 전문가들과 대화를 통해 얻는 지식이나

창조적 첨단 지식은 내가 학교 교재에서 배우거나 기타 교재에서 배우는 지식보다 족히 10년은 앞섰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길로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설득했다. 학교는 지식의 말단에 있으며 나는 지식을 생산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이다.

다행히 교장 선생님은 내 의견을 존중하고 지지해주셨다. 그 뒤로 학교에 나가지 않았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이 교육부에 내가 학교에 나가는 것으로 등록해놨기 때문이다.




Q. 교장 선생님처럼 부모님도 당신의 결정을 지지해주셨나? 부모님은 어떻게 설득했는지 궁금하다. 


A. 당시 부모님은 학교가 아닌 글로벌 정보망을 통해 배움을 이어가는 걸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들여 소통하고 설득해야 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서로 관심사가 같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무료로 가르칠 수 있는지, 예컨대 온라인에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고, 

그로 인해 발전해갈 수 있다는 걸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드렸다. 그제야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교류와 소통이 지식의 확장으로 이어진다는 걸 흥미로워하셨다.

당시 개인적으로 연구하 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온라인을 통해서만 가능했기에, 

설명과 함께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드리고 나니 그 후엔 부모님도 다 이해하시더라. 




Q. 인터넷은 정보가 넘쳐나고 여러 사람과 쉽고 빠르게 교류를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과 달리,

한편에서는 인터넷 중독이나 무분별한 미디어 노출이 올바른 인격 형성을 저해하는 주범이라는 문제 제기도 있다.

그래서 한국의 경 우 청소년 시기에 인터넷 노출을 자제시키는 분위기다. 


A. 개발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던 2012년 국민교육 과정을 개발할 때 인터넷 중독이 하나의 질병인지,

학부모가 걱정해야 할 문제인지에 대해 많은 시간을 들여 토론했다. 당시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생쥐공원’이라는 실험을 예로 들어보자.  아마 이 실험에서는 생쥐들을 밀폐된 공간에 가둬놓고 헤로인이나 기타 마약을 주입하면

암에 걸리거나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데 생쥐를 오픈된 소통 공간이나 현실적인 곳에 두면 

원래 나쁜 습관이 있던 생쥐들도 좋은 쪽으로 변하게 된다. 이는 어떤 중독적 행위는 질병이 아닌 단순히 하나의 증상이라는 걸 의미한다. 

즉 아이의 성장 환경과 마찬가지로, 어떤 아이가 온라인 소통 외에 다른 방식의 소통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현실 생활에서 온라인처럼 강한 집중력을 얻을 수 없거나, 다른 사람의 관심 혹은 정서상 호응 같은 걸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린이의 인터넷 사용 시간을 줄일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이에게 온라인과 똑같은 신뢰 관계를 갖도록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Q. 결국 당신은 사회적 교육 시스템과 그 속에서 벗어난 교육 환경을 모두 경험한 사람이다.

만약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직접 구축한다면 어떤 시도를 하고 싶은가?

혹시 그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면 그 정책에 관해 설명해달라.


A. 직접 참여한 건 아니지만 최근 대만의 교육에 큰바람이 일고 있다.

바로 실험 교육 3법이라는 건데, 이 세 가지 법의 정의는 아이들이 집에서 독학하든, 다른 학부모 공동체와 같이 학습하든,

아니면 다른 교육 방식을 채택한 학교에서 학습하든 정부는 아이들의 학적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언제든지, 어떤 학생이든지, 그가 원하는 방식의 학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평등하게 국가의 지원이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학생 이 일주일에서 이틀이나 사흘 정도, 원한다면

다른 학교에 가서 수업을 자유롭게 들을 수도 있다. 이 정책이 시행된다면 모든 학생은 스스로 커리큘럼을 짤 수 있다.

이 정책은 10년간에 걸친 지속적인 연구 결과에서 비롯한 것이다. 어떤 과목의 성적이 다른 사람보다 높다고

그것이 자기 자신의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대신 사회를 더욱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고, 자발적으로 행동하여

이룬 결과에 대해서는 가치를 둔다는 것이다. 즉 성적이 아닌 바로 선 소양이 올바른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는 말이다.

대만 사회의 발전에 꼭 필요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만 정부는 지난해 실험 교육에서 얻은 좋은 부분을 정책으로 산정하고

국민 참여를 도모하고 있다. 국민의 높은 호응을 얻어낸다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무 교육에 적용될 거라 생각한다. 





Q. 당신의 인생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스물네 살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화를 시도했고 그 사실을 공개했다.

아시아 최초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나라, 매년 대규모 LGBT 축제가 열리는 대만의 가치관이 당신 삶에 영향을 미쳤나?


A. 스무살 때 남성호르몬 농도를 검사한 결과 나는 일반 남성과 여성의 중간 정도였다.

일반 남성처럼 많은 남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았다. 이건 아마도 선천적으로 앓고 있던 심장병과도 관련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평소에도 여성의 사춘기가 어떤 건지 궁금했다. 수술을 통해 여성의 사춘기를 겪을 수 있었고,

이러한 경험은 인간의 또 다른 성장 과정에 대해 깊이 알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성전환 수술을 공개한 건 사회와 대화하기 위해서다.

성을 두 가지 로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성 또한 사람들의 기본 권리이며 외부에 의해서가 아닌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었다. 본인이 남자든 여자든 혹은 남자, 여자 다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본인에게 맞는 것이 곧 자신의 성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조건 없이, 인간 본연이 가진 인권을 존중하고, 

남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Q. 얼마 전 대만은 여권에 남성, 여성 그리고 또 하나의 성별 표시를 넣었다고 들었다.

성별 표시란에 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봤는데, 만약 당신의 여권을 바꾼다면 어디에 표시할 건가?


A. 그건 마치 정당을 ‘무’로 표시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정치 이념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 나의 이념을 정당으로 설명하거나 표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성별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무라는 표현이 내가 바라는 것과 일맥 상통한다면 무에 표시하겠다.





Q. 마지막 질문이다. 우리는 타이베이라는 도시를 ‘Keep Taipei Free’로 정의했다.

아시아의 대표적 지속 가 능한 도시로 꼽히는 건 바로 타이베이가 여러 의미에서 자유를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에겐 타이베이의 자유란 무엇인가?


A. I TAIWAN을 들어봤나. 대만 전 도시에서 이용하는 무선 인터넷 통신망이며, 당신이 고속 열차에 있든, 

고속 도로를 달리든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I TAIWAN 무선 인터넷 통신망이 타이베이에서 시작됐고,

I TAIWAN이 되기 전 타이베이에선 ‘Taipei Free’로 불렸다. 이처럼 대만에서 타이베이는 모든 정책과 실험의 모태 가 되어주는 도시다.

대부분 정책과 연구, 운동은 타이베이에서 시작해 대만 전 지역으로 퍼져나간다.

더 나아가 아시 아를 넘어 세계로 그 영역을 확장시킨다. 

다시 말해 타이베이의 자유란 도시, 인종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와 자유롭 게 소통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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