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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Audrey Tang(오드리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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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큐 180의 천재 프로그래머’, ‘트랜스젠더’, ‘시빅 해커’ 이 모든 수식어가 자연스레 따라붙는 한 사람, 오드리 탕

2016년 무임소 정무위원에 임명되며 ‘대만 최연소 장관’이란 수식어까지 얻었다.

정부와 국민의 가교 역할을 하며 지속 가능한 대만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그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는 엄연히 대만 정부의 일원이 되었지만 여전히 자신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무’를 추구하는 존재이며,

본연의 성과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명의 ‘보통 사람’이라고 말한다. 





*오드리 탕 : 14세에 학교를 중퇴하고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워 16세에 스타트업을 창업했으며,

19세에는 미국 실리콘 밸리에 스카우트되어 애플의 컨설턴트로 일할 만큼 개발자로 명성을 떨쳤다.

24세에 성전환 수술을 받은 후 시빅 해커로 공공 분야에 힘써오다 2016년 대만 최초의 디지털 총무 정무위원(장관)에 임명되어 활발히 활동 중이다.






Q. 16세에 직접 프로그래밍까지하는 벤처 사업가로 시작해 19세에는 실리콘밸리에서 애플의 컨설턴트로 일할 만큼 

개발자로서 명성을 떨쳤다. 그러다 2014년 비즈니스에서 은퇴를 선언하고 공공분야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유명한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 


A. 오래전부터 시빅 해커로 활동하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2012년부터 오프소스 진영의 개발자로 거브 제로GØV라는 오픈소스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해오고 있었다. 

거브 제로는 ‘인터넷 세대, 원점부터 시작 한다’를 모토로, 데이터 공개와 시민 참여 운동을 벌이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2014년 해바라기 운동ⅰ당시 거브 제로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목소리를 오프라인으로 이끌었고, 시민들의 목소리가 

곧 힘이라는 걸 알게 됐다. 결국 2014년 직 접 행동하는, 시민 기반의 공공 분야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Q.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해바라기 운동 당시 많은 시빅 해커와 당신은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기꺼이 제공했다. 

당신을 포함해 대만의 시빅 해커들이 그토록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A. 시빅 해커는 시스템의 구멍을 알고, 이를 보완해 정부 기관과 공공서비스 발전을 위해 일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사회 통합과 민주주의의 발전은 해커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시빅 해커들이 공공서비스 발전에 기여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줘야 한다. 




Q. 과거 당신은 정부에 맞서는 입장이었고, 스스로를 무정부주의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정부의 일원이 된 상태인데 그때와 생각이 달라진 건가? 


A. 행정원에 들어올 때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다. “당신은 왜 전에는 국민당과 일했으면서 지금은 민진당과 일하냐”는 것이다.

대만 사회에서는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정치 인물은 상상할 수가 없다. 그런데 사실 나는 줄곧 당적이 없었다.

난 성별이나 정당같이, 꼭 한쪽에 속해야 한다는 전통적 사고방식에 벗어나고 싶었다. 아니 도전하고 싶었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그리고 정부의 일원이 됐다기보다 내가 필요한 일이 생겼고, 스스로도 원하는 일이기에 지금의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Q. 2016년 8월 중화민국 행정원의 무임소 정무위원에 임명되어 활동 중이다. 

대만 최초의 디지털 장관이라 고도 불리는데, 정확히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무엇인지 소개 부탁한다.


A. 온라인 정보 통신망을 통해 정부 각 부처는 물론 정부와 국민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통로 역할을 맡고 있다.

정부 각 부처가 의견을 모으고 서로의 일을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각 부서를 하나의 수평적 팀으로 만들어 정책이나 예산을 화상 회의나 생중계 등을 통해 함께 해결하는 방식을 취한다. 

정부와 국민과의 관리면에서 취하는 방식은 개방 정부라는 개념이다. 

정부가 어떤 분야의 예산을 편성할 때, 혹은 법규를 제정할 때 60일 전에 전 사회적으로, 

심지어 전 세계적으로 알 수 있도록 PDISPublic Digital Innovation Space란 단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PDIS로 공개된 정 책과 예산을 국민들이 직접 확인하고 의견을 낼 수 있다. 

여기서 5천 명 이상의 공동 서명을 받은 내용은 정책에 반영된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의견을 내고 나누며 국민의 자발적 감시를 통해 올바른 정부 정책이 시행되도록 도모한다.

또 장관 취임 후 PDIS를 통해 국민에게 일대일로 질문을 받고 있으며, 24시간 이내에 답을 준다. 

대화는 물론 업무 회의록도 모두 공개하고 있다.




Q.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부의 정책 시행 과정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규칙을 세우고 그것을 국민에 게 이해시키는 방식이 일반적인 정부의 모습이 아닌가?


A. 정부의 역할은 규칙을 세우는 게 아니라 이해 관계자들이 규칙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만 각 지역에는 자체적인 공기 품질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는데 약 2,000~3,000 개의 모니터링 시스템이

하나의 사물 인터넷으로 생성되고, 이는 모든 국민에게 공개된다. 무엇보다 대만에서는 사람들이 정부 데이터 외에 민간에서도

상응한 데이터를 공개하기를 바란다. 그 때문에 정부가 어떤 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은 민간과의 협력을 의미한다.

정부가 사회적 기업이나 NGO 단체에 방향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과 NGO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잘해낼 수 있는 일을

맡긴 다음 나머지 부분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걸 해결해나가는 방식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또한 같다.

국민들이 우선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하고, 정부는 국민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나 규제에 부딪힐 경우 그걸 해결해주면 된다.

대만 사회는 전반적으로 언론 자유, 기회 자유 등이 보장되며 이를 아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무조건 앞장서서 정책 및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Q. 이 플랫폼이 실제로 얼마나 민주적인지 궁금해졌다. 이 기술과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이 실천한 정책이 있었나? 


A. 우버 정책 실행이 가장 좋은 예다. 정책을 실행하기에 앞서 우버 책임자와 함께한 면담 과정을 모두 녹화해 인터넷에 공개했다.

그 결과 찬성률 80% 이상인 세 가지 공통 의견을 도출했고, 정부가 운수업에 대한 우버의 악영향을 직시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우버 납세 문제 해결, 대만 국민에게 우버가 의무적으로 정보 공개를 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었다. 우버의 경우 의견 수렴을 거치는 데 

불과 1개월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국민의 의견이 투영된 정책인 만큼 정책이 시행된 후 반대 목소리도 적었다. 

대만에 “미운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는 ‘미운 아이 를 주방에 데리고 가서 떡을 같이 만드는 것’을 목표로 

많은 국민이 최대한 이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Q. 장관이 된 후 PDIS 사이트를 개설하고 정부에서 맡은 자신의 업무를 온라인에 모두 공개하고나서 일과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정부의 모든 업무를 시민들에게 여과 없이 공개하는 정책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찾아 볼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건 대만이기에 가능한 건가?


A. 대만의 특징 중 하나로 꼽히는 ‘100%의 언론 자유’가 이를 가능케 했다. 

젊은 세대는 아마 계엄령이 내리던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를 비롯한 위 세대는 그때의 아픔을 고스란히 기억한다.

계엄령이 발포된 시절 대만은 언론 자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국민의 힘으로 헌법을 개정하고 대통령 직선제 등 민주화를 이루고 난 후 

자유는 갑자기 ‘완전 무’에서 ‘완전 유’로 바뀌었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던 시대, 그때의 고통을 겪은 사람들은 이 언론 자유를 

국가 안전이나 경제 발전을 핑계로 또다시 정부의 손에 넘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정부가 독재자로서 군림하던 시기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 스스로 정부의 정책 감시자로 활동하며 자유를 억압하는 걸 막는다. 정부는 이후 모든 정책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14년 해바라기 운동 이후, 블랙박스나 밀실 정치 등 언론 자유를 침해하거나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정치인은 

그 누구도 당선되지 못했다. 이런 100% 언론 자유가 당연시되는 나라이기에 정부는 어떤 정책을 출범할 때 모든 걸 국민과 소통한 후
결정한다. 
그로 인해 대만 사람들은 정부 정책은 자신의 손으로 결정한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가진다. 

그리고 또 하나는 대만의 인터넷 인프라다. 국민의 98%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에 

꼭 오프라인이 아니더라도, 온라인에서 간단하게 자신의 의견을 수립할 수 있다.




Q. 모든것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온라인을 통해 국민의 정부 정책 참여가 늘고 있다는 의미인가?

그만큼 민주주의적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A. 우리는 양성평등을 위한 온라인 토론 참여나 공공 사물에 대한 온라인 토론 참여이든,

공공장소의 온라인 사용 시간 등에서 모두 세계 1위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국민의 98%가 무선 인터넷을 통해 정책에 참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만에서 디지털화 정책을 출범할 때는 다른 나라와 같이 많은 것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도리어 2~3%에 해당하는 계층까지도 온라인 특별예산을 편성해서 온라인으로 유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충분히 온라인으로 정부의 정책뿐 아니라 국민들의 100%에 가까운 참여를 이뤄낼 수 있다.

모든 국민이 자신들의 의견을 내고 그 결과가 정책에 반영된다면 그 어떤 방식보다 민주적이지 않은가.

 



Q. 100% 언론 자유의 긍정적인 면은 잘 들었다. 하지만 명이 있으면 암이 존재하는 법이다.

언론의 자유를 매체들이 너무 자극적이고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무분별하게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국민들이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올바르게 선택하는 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나? 


A. 물론 대만에는 다양한 매체가 언론 자유를 바탕으로 시장 논리에 따라 경쟁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따지고 있다.

확실히 스마트폰이 생기고 나서 우리는 많은 국민이 하나의 기사를 보는 시간이 예전보다 짧아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은 자극적인 정보가 더 쉽게 전파된다는 걸 의미하는데, 이는 전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이지 대만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대만 국민들은 이미 수많은 정보 속에서 스스로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떤 것이 진정 올바른 정보인지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이는 교육에서부터 시작됐다. 대만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매체 소양’을 교육과정에 포함했다.





Q. 매체 소양 교육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A. 그저 강좌를 하나 개설해서 두 시간 동안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 방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다.

우리는 학생들이 선생님의 말씀을 절대적으로 믿고, 각자의 주관 없이 그저 익히고 따르는 일차원적 교육은 원치 않는다.

그건 이른바 말하는 응시나 시험 교육일 뿐이다. 소양이란 자발적으로 정보를 얻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상대방과 상생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 것과 같다. 예컨데 학생이 인터넷에서 어떤 정보를 얻어 의견을 제시하면 선생님은

자기 생각으로 학생을 관리하거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나누고, 학생 스스로 판단해서 선택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그러면 학생은 자신이 얻은 정보에 자극적인 부분, 진실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 분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자발적이라는 건 자주적 행동을 기반으로 하고 대화는 소통을 의미한다.

그리고 상생은 공동 참여를 의미하며, 비판적 사고도 포함한다. 대만은 일곱 살부터 모든 아이에게 소양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아이는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 특정된 정보나 목소리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상태로 자라게 된다. 

소양 교육은 평생 학습이며, 이런 환경은 지금의 정부와 국민이 서로 의견을 나누며 하나의 통합된 의견을 도출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정부는 선생님처럼 일방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국민과 함께 학습해나가고 있다.





Q. 아시아에서 출판 산업이 가장 활기찬 곳은 대만이다. 인구는 2,300만 명이지만 한 해 생산해내는 출판물 수가 일인당 17.8건에 이른다.

대만이 출판 강국이 된 것은 물론 독서 인구와 연결되는데, 독서 강국인 일본의 평균 독 서량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독서량 또한 소양 교육에서 발현된 결과로 볼 수 있나?


A.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다는 건 소양 교육의 다른 방법이다.

무엇보다 소양 교육의 좋은 점 중 하나가 사 람들이 책을 하나의 도구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읽는 행위에서 벗어나 자기 생각을 정립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책을 통해 자발적으로 의견을 내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회 일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더 나아가 책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다양한 크리에이터 활동을 이어간다.

즉 책은 사회 와 사람, 사람과 사람들의 소통 통로다. 도서관, 서점 등은 이제 새로운 소셜 공간으로 그 의미가 변모했다.

타이베이는 이런 소설 공간이 잘 형성되어 있다. 작은 마을 곳곳에서 무료로 개방된 도서관이나 민간이 운영하는 도서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청핀서점을 비롯해 다채로운 독립 서점이 운집해 사람들에게 새로운 소셜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Q. 당신 역시 평소 책을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로 어떤 책을 읽나?


A. 분야를 가르는 편은 아니다. 때에 따라 관심 있는 주제의 책을 선택한다. 

소설이 될 수도 있고, 인문학이나 경제, 미디어 관련 책부터 시집까지 다양하다.

지난 주말에는 72페이지짜리 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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