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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Trevor Paglen'




전방위 아티스트이자 건축가인 트레버 패글렌Trevor Paglen은 오랫동안 

뉴욕시에 거주했다. 당연하게 느껴지던 뉴욕의 살인적 물가와 치열한 도시의

열기에 문득 환멸을 느낀 그가 여유를 찾아 베를린으로 발길을 돌린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3년 동안 베를린에서 보낸 여유로운 삶은 그에게

자유로운 예술적 실험의 여건과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협업의 

을 선물했다.







트레버 패글렌의 예술 세계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예술가이지만 조경에 주력하고, 때로는 우주에 ‘궤도 반사 장치’라고 불리는 팽창식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니 말이다. 최근에는 컴퓨터 비전과 인공지능에 관련한

업에 몰두하고 있다. 중립적 네트워크 또는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로

 작업을 할 때 이미지 메이킹이나 이미지 해석을 연구하는 것이다.

 그는 미적 영역의 예술뿐 아니라 과학, 지리, 조경 등 다양한 배경지식을 조합해

 자신만의 예술적 산물로 만들어내는 과정에 대해 “예술은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환경 혹은 자연 본연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오랫동안 거주하던 뉴욕에선 이러한 예술적 관점을 완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베를린으로 온 뒤 찾은 자유와 여유가 그의 활동에 날개를 달아줬다.

 비싼 물가와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이 꾀하는 예술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뿐 아니라 컴퓨터 과학자, 컬러,소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자유로운 협업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그가 체감하는 베를린의 여유와 자유로움에 맞닿아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던 일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베를린에서는 많은 사람과 협업하는 것이 자유롭다.

 남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고, 공유할 수 있는 여유.

 이는 예술에 대한 넓은 관용과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베를린이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연구에 몰두하던 그도 여유가 생기면 베를린 곳곳을 다니며 즐기기에 바쁘다.

그중에서도 펑크하우스FUNKHAUS에서 보내는 시간을 가장 사랑한다.

크고 오래된 동부 지역의 녹음 스튜디오인 이곳에서는 크고 작은 콘서트가 열려 근사한

 음악을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다 펑크하우스에 

들러 음악을 듣거나 공원을 산책하는 일은 그의 베를린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현재 그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있다. 오는 10월 예정되어 있는 인공위성 발사가 그것이다.

 ‘궤도 반사 장치’라고 불리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이 팽창식 인공위성은 통신, 기상

측, 우주 내 거주 가능 지역을 찾는 목적이 아닌 미학적·예술적 목적으로만

 위성을 띄우는 역사상 가장 이례적인 과학적, 그리고 예술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발사 시점부터 약 2개월간, 우주에서 궤도를 돌게 될 이 위성은 그의 예술 작품이

우주로 나가 태양 빛을 지구로 반사하고 밤하늘의 별처럼 감상할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시도로 몇 개월 뒤면 타버릴 것이다.





상징학Symbology, 2013 군대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기호와 휘장 속 상징적 시각언어를 통해 조직의

정체성과 계급 간의 관계를 밝히고자 한다. Courtesy of the artist and Metro Pictures, New York



 물론, 이미 수많은 쓰레기가 떠다니는 우주에 그의 예술 작업이 또 하나의 부유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그럼에도 예술을 위한 공간적

 경계를 넘는 그의 도전은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예술에 대해 지닌 무한한

 도전 자세와도 매우 닮아 있었다. 우리의 사회, 지구, 더 나아가 우주를 형성하

 실질적 요소들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를 찾아내어 예술로 승화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지만 그 새로운 도전 정신이 지금의 그를 완성했다.


그는 대한민국과의 인연도 빼놓지 않았다. 다가오는 9월 42개국 163명

 작가가 참여하는 ‘2018 광주비엔날레 – 상상된 경계들’에 함께하는 것.

2011년, 처음으로 참여한 ‘2011 광주 비엔날레’에서 ‘비밀 군사 조직 휘장’

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내 다양한 비밀 군사 조직의 휘장을 모아 선보여

내 팬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가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18년에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지난 3년간 베를린에서 경험한 수많은 영감과

작업 방식이 2018년 9월, 그의 예술 작업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을지 

금하게 한다.




다른 하늘The Other Night Sky 미국 인공위성이나 우주 파편 등의 지구 궤도 내 다른 물체들을 지속해서

추적하고 사진으로 기록한다. Courtesy of the artist and Metro Pictures, New York






비기능성 위성Nonfunctional Satellite을 위한 프로토타입, 2013

최초의 순수예술용 인공위성 작품으로, 우주에서 촬영한

밤하늘의 모습을 통해 철학적 물음을 고민한다.

Courtesy of the artist and Metro Pictures,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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